돌던지면 깨지는게 카페 창문인 홍대에서 돈 쓸만한 카페, Coffee Lab(커피랩) [서울/홍대] 먹고 생각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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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07. 14 부기

홍대입구 근처에 Coffee Lab Express라 하여, Take-out전문점이 생겼습니다.
컵-퀄리티는 거의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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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어디서 본 듯한 분위기를 애써서 모작하는 다소 안쓰럽기까지 한 카페들이 난립하는 홍대주변. 사실 실험적인 먹거리 마실거리가 맣은 동네이긴 하지만, 그 대부분의 시도가 돈내고 패악스러운 귀결을 맛본다는 뭐 그런 복불복의 동네임다. 특히, 동네 주유소에서도 기름 넣으면 카페라테(라고 우기는 물건)을 건넬 수 있을 정도로 에스프레소 커피를 쉽게 만들 수 있는 기계가 대량으로 보급되다 보니, 대부분의 카페에서 필요최소한의 설비로서 에스프레소 머신 한 대 정도는 들여놓고 장사를 시작하기 마련이지요. 뭐, 이전에 썼던 포스팅에서처럼, 이런 곳은 커피가 맛있다기보다는 대화하기 좋은 그런 공간이니까 그러려니 합시다.

 이야기가 살짝 엇나갔는데, 상당히 오래전부터 (아마 이글루스 음식밸리 식으로 말하면, 돈부리에 언제 가더라도 항상 빈자리가 있던 아련한 옛날보다 더 오래?) 홍대를 데이트나 약속장소를 비롯해서 각종 식음(食飲)의 장으로 삼아온 나이지만 역시 커피만은 적응하기 어렵다는것이 잠정적인 결론이었슈. 뭐 괜찮은 곳도 있지만, 홍대에서 돌 던지면 깨지는게 카페 유리창일 정도로 카페가 많다보니 그만큼 그럴싸한 곳이 적다는 말이지요. 

 그 숫자 얼마 되지 않는 그럴싸한 곳 중 하나가 바로 이 커피랩이 아닐까 싶슴다. 나름 인지도가 있는 바리스타 B씨가 운영하는 가게인데, 뭐 일단 접근성이 썩 좋지는 않지만 뭐 그 부분은 넘어가고. 커피 이야기부터 해 봅시다. 

 


Espresso Solo 3.5


일단 두툼한 데미타세가 아주 마음에 듭니다. 에스프레소의 향과 온도를 보호하는 갑주를 두른거같은 느낌이네요. 컵덕후(...)인 나로서의 의견이 아니라, 기능적인 측면에서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는 느낌. 

 다만 맛에 있어서는 다소 호불호가 갈릴만 한데, 일전에 한번 이글루스 음식밸리에도 올랐던 '커피 원두의 숙성 문제' 때문입니다. 원두를 볶은 시점부터 얼마나 뒤에 실제 커피로 만들어내느냐의 문제, 화학적으로 말하면 볶인 원두가 품고 있는 가스의 잔존량의 수준 말이유. 비교적 빠른 시일 내 (2~3일 정도)에 원두에서 커피를 추출하여 신선함을 무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과, 비교적 넉넉한 기간(7일~14일 정도)동안 가스배출시간을 두어 stable하고 균형잡힌 맛을 무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뉘어져 있는데, 일단 커피랩의 정책은 전자인 듯 합니다.

 입에 머금을때부터 볶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원두의 날카로운 느낌이 입안을 찌르고, 그러면서도 마지막 모금을 마시고 무거운 바디가 아주 오랫동안 남아있습니다. 가볍게 과일향(fruity)을 느낄 수 있는걸로 봐서 아프리카 쪽 원두가 배합된 듯 하네요. 다만 안정된 맛이 취향이라면 글쎄요(...)

 




이 가게의 특이한 점은 카푸치노를 두 가지로 나뉘어서 메뉴에 올렸다는 것임다. 이탈리아식과 한국식(?)을 나눠놓고, 옆에 비율을 병기한 것이 재미있네요. 단순히 샷 : 스팀밀크 비율만의 차이일지 아니면 우유거품의 웨트/드라이함[1]까지도 나누고 있는것인지는 모르겠슈. 나라면 비꼬기 위해서 카푸치노 코리안을 메뉴에 넣었을듯 한데... 뭐, 이 가게 바리스타가 그렇게 꼬인 사람은 아니겠죠.

일단 코리안 어쩌구 무서우므로 카푸치노 이탈리안 시켜봤음다.



 미처 이것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이래서야 카푸치노가 아니라 카푸치노 콘 카카오(cappuccino con cacao)가 되는 느낌. 스팀밀크를 붓기 전에 하트를 예쁘게 그리기 위해서 초콜렛 파우더를 쳤네요. 심플하게 커피와 스팀밀크의 질감, 으로 즐기고 싶었는데 이래서야 내 계획이 엉망이 되어버렸슈. 커피 위에다가 미켈란젤로作 천지창조를 그리든 말든 맛과는 무관한 일인데. 미리 이야기를 해 줬으면 좋았을 뻔 했네요. 제발, 첨가물은 나의 취향으로 고를 수 있게 선택권을 줘...  사전에 초콜릿 파우더를 친다는 말을 미리 해 줬으면 좋았을 뻔 했네요. 다음에 갈 때는 파우더 빼 달라고 꼭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카푸치노의 우유질감은 매우 푹신하면서도 단단한 밀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내 마음속의 스팀밀크 랭킹에서 분명히 최상위권이네요. 층지거나(layered) 붕 뜨지 않고, 커피와 우유가 적당히 섞여서 입안으로 들어옵니다. 밀크 스티밍은 아주 우수한 수준이며, 온도도 적당해서 아주 만족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매장의 크기에 비해서 상당히 많은 수의 점원이 있네요. 특별히 돌아다니면서 물잔을 채워주거나 하는것도 아닌데.




 가게 한편에는 산지별 원두를 판매하고 있음다. 에스프레소를 전문으로 하면서 각 산지별 원두도 팔고있는것이 이제는 별로 이상한 광경이 아닌듯... 뭐, 자체 로스팅을 하는 가게이니까요. 다만 이쪽은 시도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슈. 패키징이 심플한건 좋은데 뭐랄까 이렇게 뜨거운 조명 아래에서 이런 어정쩡한 포장지로도 괜찮을까... 하는것이 살짝 걱정. 뭐 안먹을테니까. 


 




 볶은지 얼마 안된 신선한 원두로 내린 기본에 충실한 에스프레소와 멋진 카푸치노가 있는 홍대 커피랩이었슈.

다만 카푸치노를 주문할때는 항상 초콜렛 파우더에 유념합시다.


마포구 서교동 327-19
02. 3143. 0908

[1]
웨트 카푸치노 : 우유 스티밍 후 분리된 상층부의 거품과 하층부의 더운 우유(hot milk)를 스팀피쳐를 흔들어 균일한 밀도로 섞은 뒤 그것을 에스프레소 위에 부은 것. 이런 식의 우유 스티밍이 아니면 그림따위 못그립니다. 보다 본토에 가까운 카푸치노는 이것을 뜻합니다.

드라이 카푸치노 : 우유 스티밍 후에 스푼으로 피쳐를 막고 더운 유유를 먼저 에스프레소 위에 부은 뒤, 남아 있는 상층부의 거품을 스푼으로 떠서 올린 것. 흔히 길바닥에서 볼 수 있는 개소말닭이 하는 인형의집 뺨치는 인테리어를 세일즈 포인트로 하는 카페의 카푸치노. 근데 얘들은 별로 드라이함에 대해 뭔가 철학이 있어서 그러는게 아니라 시켜도 못하니까 이러는듯.


덧 : 그나저나 근 2주일만에 나타나는 주제에 이래 은근슬쩍 올려도 되는걸까... 싶지만 원래 그런 블로그니 대충 갑세다.

덧글

  • 카리소메 2010/04/02 03:36 # 답글

    우유거품의 웨트/드라이함 에서 빵터졌습니다 아스나기님 글은 언제 읽어도 재밌다능!!!이탈리안과 코리안을 나누어놓다니 호기심이 무럭무럭 샘솟네요+_+
  • 아스나기 2010/04/04 15:13 #

    읭 찾아주셔서 감사함다.

    근데 아무리 봐도 코리안은 이지메라고밖에...
  • 펠로우 2010/04/02 10:19 # 답글

    간만의 등장이군요^^ 여긴 항상 사람이 많아서 방문을 못했는데, 금방 볶은 걸 쓰나보네요.
    최근엔 지인이 사준 베를리너 카페 뢰스터라이의 '포르투기셔 에스프레소 헬'원두를 먹었습니다. 에쏘 블렌딩용일텐데, 이디오피아랑 케냐 향미가 엄청나더군요.. 자신감있는지 블렌딩용 5가지 배합도 공개하고 있구요.. 넘사벽 ㅠ.ㅠ
  • 아스나기 2010/04/04 15:14 #

    블렌딩 배합을 공개하다니 좀 대인배네요.

    한가한 평일 오후시간이라면 괜찮을 법 한데 갈수가 있어야지...
  • 카이º 2010/04/02 16:15 # 답글

    커피랩이 홍대쪽에서는 커피볶는데다 맛도 좋기로 소문났지요 ㅎㅎ

    아직 커피랩은 못가봤지만 홍대쪽이면 서덕식도 굉장히 좋은거 같습니다~
  • 아스나기 2010/04/04 15:15 #

    다만 좀 멀어서 문제인데... 사실 아무데나 들어가서 먹는것보다야 낫지 않을까 함다.

    서덕식은 처음 듣네요. 알아봐야겠슴다.
  • shortly 2010/04/03 03:00 # 답글

    의자...........를 위에 꽂아놓은 무시무시한 인테리어의 그곳인가요? :] 두려워서 못들어갔습니다만 ㅎㅎㅎㅎ 다녀와 보겠습니다!
  • 펠로우 2010/04/03 23:09 #

    참고로 천정에 의자를 매달아둔 컨셉의 카페는 호주 등지에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역시 국내에 누가 먼저 들여오느냐~가 중요한가 봅니다.
  • 아스나기 2010/04/04 15:15 #

    ...설마 그게 떨어졌다면 지금쯤 폐업을 해야할듯?

    가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함요.
  • 펠로웨스 2010/04/07 02:04 # 삭제 답글

    의자 무섭네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잘보고 갑니다~~~^^
    그리고 카푸치노 파우더라..;;

    그 부분에 있어서 개인적인 경험으론
    실제 직접 이태리 카페에 가보면
    10군데중 9군데정도는
    카푸치노에 100% 초코파우더 뿌려나오는걸로 압니다만;;
    태클 아닙니다.^^
  • 아스나기 2010/04/07 20:26 #

    그러니까 Cappuccino con cacao겠지요?

    방문 감사합니다.


    그런데 50%초코파우더를 뿌리는 가게도 있나요?
  • CO-Korea 2010/04/08 19:03 # 삭제 답글

    이태리식 카푸치노 보니까 인터넷서 사진 보면 저렇게 비스무리 한거 만들어 놓고 카페라떼입니다... 내어놓는 집도 있던데...누가 맞는 말인지 모르겠네요. 뭐 커피는 정답이 없다니까요...
  • 펠로웨스 2010/04/11 02:40 # 삭제 답글

    앗+_+
    답글 감사합니당.
    90%초코파우더로 떡칠해주는게 보통이더군요^^
    CO-Corea 님의 말씀대로
    정답은 없죠^^
    기호이자 곧 문화이기도 하니까요.
  • 진Jin 2010/06/16 12:04 # 답글

    자리가 없다면 홍대 정문에서 쭉 내려오는 큰 길 (정확히는 푸르지오 건너편, 프리스비쪽 길)에 조그맣게 자리한 커피랩 익스프레스 (to go 전문매장)에 방문하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투고 가격 3500원 정도고, 원두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괜히 어설프게 다른 곳 시도했다가 지뢰밟는 것보다는 안전…….
  • 방종구 2010/07/18 18:29 # 삭제 답글

    카푸치노 이탈리안.....이태리 에스프레소 바에서의 일반적인 카푸치노입니다.

    그곳의 통상적인 카푸치노에는 카카오(초코)파우더가 토핑되어 집니다.
  • 욜리자베스 2011/04/04 16:05 # 삭제 답글

    홍대에서 상수역 가다보면 luci alma 라는 프로스터 1kg로 애쓰는집 하나 있는데

    무려 전석흡연이더라구요. 커피맛도 걍 심심하고, 케익만 좀 맛나는데 랩찾아갔다가

    사람이 북적이고 해서 한가한데 둘러보다 영하 11도에서 발견했어요. ㅋ 홍대쪽 자주가시고

    흡연하시면 아주 좋은 카페일거같아요. 커피맛은 그냥..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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